[EBM] 치매 치료제 개발을 향한 기대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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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 신체가 늙어가며 약해지듯 우리 뇌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평균수명이 짧을 때에야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대부분 돌아가셨지만 100세 이상의 수명을 바라보는 시대에는 누구나 치매를 겪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시점이 누군가는 더 빠르고 누군가는 늦다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치매는 이른 노년기부터 진행되는 대표적인 치매의 종류입니다.

저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가족력이 있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경험했기에 이 병이 가지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치매라는 질병이 100% 유전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족력이 있으면 그 위험은 높아집니다. 제 가족이, 그리고 제가 이 잔인한 병에 걸릴 가능성은 꽤 있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치매 관련 치료제 개발 소식이 들리면 더 신경 써서 찾아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올해 7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AIC(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2018에서 새로운 치매 치료제(BAN2401, Eisai Co. Ltd/Biogen Inc)의 2상 임상시험 성공을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치매 치료제의 기전

지금도 “인지기능개선제(Cognitive enhancer)”라는 명목의 약물은 있습니다.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하는 약물들과 글루타메이트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약제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현재 시판되는 약물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인지기능개선제” 라기보다는 “치매진행지연제”라는 명칭이 더 맞을 지도 모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세포가 점점 죽으면서 증상이 생기는데 현재의 약물은 그나마 살아있는 뇌세포를 자극해서 조금 더 활동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약물치료를 통해 치매 진행을 더디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해 해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 중인 대부분의 치매 약물들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 amyloid)”를 제거를 통한 치매 예방과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다음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행됩니다.1 뇌세포 사이사이에 “아밀로이드”라는 소위 찌꺼기가 쌓이고, 이런 찌꺼기가 서로 엉겨 붙으면서 찌꺼기 덩어리(Amyloid plaques)를 형성하고, 이 찌꺼기 덩어리가 뇌세포 사이사이에 쌓이면서 주변 뇌세포를 죽게 만듭니다. 이번 신약은 이러한 아밀로이드 덩어리를 녹일 수 있는 면역제제를 혈관에 주입해서 뇌세포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아밀로이드 찌꺼기를 제거하는 약물입니다.

이번 성공의 의미

이번 신약의 임상시험 성공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85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해 2상 임상시험 중에서는 대규모 연구였고, 더 높은 용량에서 보다 장기간 사용시 효과를 보였습니다. 가장 높은 용량(10mg/kg 격주)으로 18개월 동안 신약을 투약한 그룹 내 81% 환자의 뇌영상(amyloid PET)에서 아밀로이드의 축적이 현저하게 사라졌고, 위약 대비 인지기능에서도 30% 정도 뚜렷한 효과를 나타냈습니다.2 장기간 높은 용량의 약물 사용에도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약물이라는 신약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능성을 제시한 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는 뇌영상을 통해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와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나타났습니다. 즉 연구대상자에서 질환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행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배제를 한 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밀로이드 덩어리는 비교적 치매 초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매가 진행되어 뇌세포가 죽고 난 이후에는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도 더 이상 소용이 없어질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번 임상시험의 성공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근본 원인이 아밀로이드에 있다는 이론적 배경을 뒷받침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실패

사실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치료제 개발은 꽤 이전부터 시도되어 왔습니다. 소위 치매 백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능동면역제제(active immunization)가 한 축을 이루고 있고, 아밀로이드 항체(humanized monoclonal antibody)를 반복해서 주입하는 수동면역제제(passive immunization)가 다른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의 임상 결과는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였습니다. 능동면역제제로 기대를 모았던 AD1792는 장기간 효과에서 위약 대비 뚜렷한 인지개선을 보였지만,3 2상 임상시험 중 6% 비율로 뇌수막염(meningoencephalitis)이 발생하여 임상시험이 도중에 중단될 정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4 수동면역제제 중에서 Solanezumab은 대규모 3상 임상시험까지 진행이 되며 안전성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치매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5 저와 같이 치매 치료제 개발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그간 번번히 실망을 해 온 셈 입니다. 그런 면에서 안전성과 효과성 모두에서 유의하게 나온 이번 신약의 임상연구 결과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셈입니다.

실패의 성과

물론 이번 BAN2401의 2상 임상시험 성공이 실제 사용 가능한 약물로 이어질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전의 다른 신약이 그랬던 것처럼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최종적으로 실패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신약에서 통계적으로 인지기능에 효과가 있게 나타난 것이 기존의 일반적인 신경심리도구가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에서 민감도가 높은ADCOMS(Alzheimer's Disease Composite Score)라는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일부의 비판도 있습니다. 새로운 약물이 아밀로이드 이론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알츠하이머 치매의 다른 중요한 원인을 놓치고 있다는 일부 정신의학자의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은 거듭된 실패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 발전해 왔습니다. 정신의학은 거듭된 실패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뇌 안의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고 치매 전 단계 또는 치매 초기단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저와 같이 치매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치매를 걱정하지 않고 예방 치료를 받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의학이 그래왔듯 우리는 실패를 통해 치매 치료에 한걸음 더 다가서고 있습니다.

본 자료는 이광민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으로,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Anderson, P. “Finally, a Winner for Alzheimer's? Anti-amyloid Agent Shows Promise.” Medscape Medical News (2018) https://www.medscape.com/viewarticle/899841
  2. Hardy, John, and Dennis J. Selkoe. "The amyloid hypothesis of Alzheimer's disease: progress and problems on the road to therapeutics." science 297.5580 (2002): 353-356.
  3. Vellas, Bruno, et al. "Long-term follow-up of patients immunized with AN1792: reduced functional decline in antibody responders." Current Alzheimer Research 6.2 (2009): 144-151.
  4. Gilman, S., et al. "Clinical effects of Aβ immunization (AN1792) in patients with AD in an interrupted trial." Neurology 64.9 (2005): 1553-1562.
  5. Doody, Rachelle S., et al. "Phase 3 trials of solanezumab for mild-to-moderate Alzheimer's diseas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70.4 (2014): 31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