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그 참을 수 없는 불편함과 정신건강 전문가의 개입 필요성

1. 두통의 종류와 정신질환과의 연관성

1.1 편두통 (Migraine)

편두통은 우울장애 및 불안장애와의 연관성이 가장 명확히 입증된 원발성(Primary) 두통 중 하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편두통을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여섯 번째 주요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1 역학 연구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의 약 30~60%가 우울장애를 동반하며, 불안장애 유병률도 40%를 상회하는 것으로 보고된다.2,3 이러한 높은 동반율은 편두통이 단순한 신경학적 증상을 넘어 정신건강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 질환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1.2 긴장성 두통 (Tension-Type Headache, TTH)

긴장성 두통은 일반인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두통 유형이며,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와 근골격계 긴장이 주요 기전으로 작용한다. TTH는 우울감, 불안, 수면장애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스트레스가 두통 빈도를 높이고 반복되는 두통은 부정적 정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한다.4,5

1.3 군발두통 (Cluster Headache)

군발두통은 ‘자살두통’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특징으로 하나,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최근에 발표된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군발두통 환자에서 자살 사고 및 자살 행동의 위험도가 일반 인구보다 현저히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으며6, 이에 따른 조기 심리사회적 개입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2. 병태생리학적 기전

2.1 신경전달물질의 공통 메커니즘

세로토닌은 편두통과 주요 정신질환 모두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편두통 발작 전후에 나타나는 세로토닌 농도의 급격한 변화는 발작 유발 메커니즘의 일부로 간주되며7, 우울장애에서도 세로토닌 기능 저하가 핵심 병태기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8 이러한 공통의 생물학적 기전은 두 질환간 높은 동반 유병률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2.2 HPA 축의 이상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은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축이다. 만성두통 환자에서는 HPA 축의 과활성 또는 기능 부전이 관찰되며, 이는 불안장애, 우울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병리기전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9,10

2.3 유전적 소인

유전적 연구에서는 SLC6A4(세로토닌 수송체 유전자)의 변이형이 편두통과 우울장애 양쪽에서 공통된 위험인자로 작용함을 시사하고 있다.11,12 이는 유전적 소인이 두 질환의 공존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임상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3. 임상적 관찰과 평가

3.1 증상의 중첩과 감별 진단의 어려움

우울감, 피로,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등은 두통과 정신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 중복으로 인해 동반 진단이 누락되기 쉽고, 특히 청소년 및 노인층에서는 증상의 모호함으로 인해 정신질환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13-15

3.2 특수 집단에서의 고려사항

3.2.1 소아 및 청소년

청소년기에는 학업 스트레스, 또래 관계 갈등, 가족 문제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이 두통의 빈도 및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의 두통은 조기 우울 증상과 병행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평가와 예방적 심리적 개입이 중요하다.13

3.2.2 노인

노인 환자의 두통은 종종 인지기능 저하나 우울증의 초기 징후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비정형적인 표현이 많아 신경심리검사 및 정신과적 평가의 병행이 요구된다.14-16

 

4.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본 두통

4.1 신체화 증상으로서의 두통

두통은 단순히 뇌혈관성 통증에 그치지 않고, 억눌린 정서나 무의식적 갈등이 신체 증상으로 표출된 결과일 수 있다. 불안, 분노, 좌절 등의 감정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채 내면에 머무를 경우, 신체화 증상으로서 두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17

4.2 심리적 방어기제로서의 두통

무의식적 방어기제의 일환으로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내적 갈등 상황에서 두통은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회피하거나 주의를 분산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 경우 두통은 일종의 합리화된 도피처로 작용한다.

4.3 신체화 장애와의 감별 진단

만성 두통이 뚜렷한 신체 질환 없이 지속되며, 다양한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을 경우 신체화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18 이는 내면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심리기전이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된 형태이다.

 

5. 두통과 인지기능 저하의 연관성

5.1 인지기능 저하와의 임상적 연관성

편두통 환자는 일반 인구에 비해 주의력, 작업기억, 실행기능, 언어 유창성 등에서 저하된 수행능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19 특히 만성 편두통의 경우, 반복적인 통증과 정서적 고통이 축적되어 인지기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19 긴장성 두통 역시 수면장애, 만성 스트레스와 함께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며20, 군발두통은 심한 통증으로 인한 수면박탈과 기분장애를 유발하여 간접적인 인지기능 손상을 초래한다.21

5.2 병태생리적 연결 고리

5.2.1 혈관 가설

반복적인 뇌혈관의 수축과 확장이 전두엽과 해마 등 인지 기능과 관련된 부위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22-24

5.2.2 신경염증 이론

만성 두통 환자에서 관찰되는 미세염증 반응 및 사이토카인 증가는 시냅스 가소성 감소와 인지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25,26

5.2.3 뇌 구조 변화

MRI 연구에서는 일부 만성 두통 환자에서 회백질 밀도 감소 및 전두엽 기능 저하가 관찰되며, 이는 인지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25,27

 

결론

두통은 신체적 증상을 넘어 정신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복합적 질환이다. 특히 편두통과 긴장성 두통은 우울장애, 불안장애, 인지기능 저하와의 연관성이 높으며, 이에 따른 정신과적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정신건강 전문가로서 두통 환자의 정서 상태를 주의 깊게 평가하고, 필요시 통합적 치료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자료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왕연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으로,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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