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아득한 옛날부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존재했다. 편견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불안으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에,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 교환하여 공감하기 시작한 때부터 편견도 함께 시작되었을 것이다. 히포크라테스가 편집증에 대한 기술을 하면서 환자를 ‘고소광’ 이라고 했던 것도 보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그 또한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상 첫 의사로 지칭되는 그조차 그랬다면 당시에 정신질환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인식은 편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매체의 영향
생활 환경이 지리적 한계로 인하여 협소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던 과거에는 편견이 확산되는 정도와 속도가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야말로 나라 어느 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라도 모든 국민이 즉시 알아차리는 정보화 시대이기 때문에, 사건사고는 순식간에 전파되고 그 위력은 대단하다.
매스미디어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편견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매스미디어가사실을 전달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매스미디어 또한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매스미디어의 신속함과 광범위한 영향력은 대중에게 정신질환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고 편견을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뉴스는 SNS를 통해서 더 신속하게 구석구석 배달되는데, 정신질환자의 범죄와 같은 뉴스는 자극적이고 눈길을 끄는 효과가 있어서 삽시간에 확산되고는 한다.
올바른 인식의 확산도 이와 같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불안을 자극하는 부정적인 사건의 확산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이와 같은 특성이 뉴스의 근본적인 속성이 아닐까 싶지만, 모든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이 언론의 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필터링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부정적인 뉴스는 그대로 머무르지 않는다. 편견이 되고 환자에겐 낙인으로 남는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비록 오래전 조사결과이지만, 되새겨보면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는 조사내용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08년도에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에 대해 친구나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질문에 55~60% 정도가 긍정적인 답을 선택했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 인식이 건강하지 않은가'라는 느낌이 들지만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면 허탈한 느낌을 받는다. 설문 항목 중 “아이를 돌보게 해서는 안된다” “아이를 가르치게 해선 안 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각각 80.4% 58.3% 가 동의했다. 즉, 여전히 거리를 두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5월 수원시는 팔달구에 알코올중독과 정신질환을 앓았던 환자들을 돌보는 통합정신건강센터를 설립하려 했었다. 이는 정신과 환자들을 오랫동안 병동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더 큰 회복을 위해 지역사회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었다. 하지만 근처 초등학교의 학부형들에게 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시설로 생각되었고, 커다란 반대에 부딪쳤다. 양쪽의 입장 모두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안전한 사회를 갈구하는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 정신질환자가 있다는 것이 매우 우려될 것이다. 하지만 의료인들도 처음부터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자주 겪고 생활하면서 편견이 극복되어 가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환자들이 같이 생활하면서 익숙해져야 편견이 극복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는 접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 영영 떨어져서 서로를 오해하고 편견이 늘어나면서 낙인이 생기면 절망적인 상황이 된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의 변화
현재 정신의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필리프 피넬은 18세기 말 정신질환자를 쇠사슬에 묶어 놓는 관행을 없애고 도덕적인 치료를 처음 시작했다. 200년도 더 된 역사를 갖는 인도적인 환자 처우의 최종 완성을 앞두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이 가족과 친구와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와서 질병으로 인해 치료를 받는 것 외에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사회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달성되어 가는 시점이지만, 아직도 한편에서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은 어두워 보이지만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좀 더 포근한 사회를 기대해 본다.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최소한 정신질환이 사회 관심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반증일 것이고, 과거 논의조차 못하던 잊혀진 뒷골목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발걸음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본 자료는 Progress in Mind Korea 편집위원회 소속 저자가 집필한 자료이며,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