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thy (무감동)이란?
Apathy라는 용어를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도 많다. 정신의학적인 개념이나 정의에 앞서 “무관심, 무표정, 무반응, 무덤덤” 정도의 표현이라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환자 가족이나 보호자들이 큰 고통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행동증상 중 하나인데, 사실 노인이 아닌 연령에서도 대표적으로 우울증, 조현병, 파킨슨병, 기질성 뇌질환 등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 증상이다
Apathy는 그리스어 ‘pathos’ (passion, 열정)가 그 어원으로, ‘열정이 없음’을 의미한다. Jaspers, Kraepelin, Bleuler 등 역사적인 정신의학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정신질환 및 정신병리에 대한 기술을 위해 사용되었다. 전통적으로는 주로 정서적인 결핍 상태나 감정의 둔마를 기술하는 의미로 쓰여왔고, 이러한 개념은 교과서적으로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
Marin (1990년)은 기존의 정서적인 관점에서 나아가 apathy를 동기의 결여(lack of motivation)로 인한 현상으로 보고 동기를 목표지향적 행동(goal-directed behavior)의 방향, 강도, 지속성으로 설명하였다. 목표지향적인 행동은 감정뿐만 아니라 인지기능, 운동처리과정이 기능적으로 결합된 형태라 할 수 있다. Marin은 apathy의 형태를 크게 3가지 도메인으로 나누어 행동, 인지, 감정으로 구분하였고 apathy를 ‘증후군’이라 명명하는 것을 제안하였다.1
Starkstein (2000년)은 증상의 지속기간과 배제기준 완화를 포함하는 조금 더 구체적인 진단기준을 제시하였다.2 물론 다른 학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반론이 있었다.
2009년 미국과 호주를 포함한 유럽의 연구자들은 다양한 비판과 제안들을 보완하여 세 가지의 도메인 중 유발과 반응(initiation and responsiveness) 측면에서의 부족이 존재하고, 이로 인한 기능저하가 동반되어야 할 것을 포함하였다.3 Robert 등이 제안한 이러한 진단기준을 임상 실제에 적용할 때,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55%, 복합 치매에서 70%, 경도인지저하에서 43%, 파킨슨병에서 27%, 조현병에서 53%, 주요우울장애에서 94%정도 apathy가 관찰됨을 보고하였다.4
Apathy의 평가척도
Apathy 개념에 대한 연구자들 사이의 이견이 있다 보니 이를 객관화할 수 있는 평가 도구도 다양하게 제시되어왔다. Apathy Evaluation Scale (AES)5, Apathy Scale (AS)6, Apathy Inventory (AI)7, Neuropsychiatric Inventory (NPI)8, Lille Apathy Rating Scale, Dementia Apathy Interview and Rating, Scale for the Assessment of Negative Symptoms, Children’s Motivation Scale 등이 있고 이들 중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도구는 AES, AS, AI, NPI이다.
감별진단이 중요한 이유
그렇다면, apathy에 대해 이해하고 적절하게 평가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Apathy를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임상/정신 질환들의 치료 및 경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령, apathy가 동반된 노인우울증 환자의 치료나,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환자의 약물 선택 등에 임상적 판단기준의 근거가 된다.
Apathy와 우울증의 구분
이들의 감별은 각각 독립적인 현상의 공존인지, 다른 질환의 경과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치료에 대한 반응 및 경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Apathy는 질병 그 자체라기보다 증상 또는 증후군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임상에서는 주로 다양한 뇌신경계질환에서 관찰되는 증상으로 보고되기도 한다.
하지만 apathy나 우울증 모두 질병의 병태생리보다는 발현되는 증상/현상으로 진단하는 개념이므로 이 둘의 명확한 구분은 쉽지 않다.
Apathy와 알츠하이머치매
최근의 메타분석 연구결과를 보면,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apathy의 빈도는 19-88%까지 보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빈도의 차이는 apathy 측정도구, 알츠하이머 치매의 이환 기간, 교육 정도의 불일치 등에서 기인함을 고려해볼 수 있다.9
Apathy의 신경생물학
여러 뇌영상 연구들을 통해 제안된 apathy의 신경생리학적 기전으로는 전대상회피질과 전전두피질, 기저핵을 포함하는 전두선조회로의 장애(deficits within frontostriatal circuits including the anterior cingulate cortex (ACC), prefrontal cortex (PFC) and parts of the basal ganglia)가 있으며, 복측선조체에서 복측창백핵과 시상을 거쳐 배측전대상회피질로 연결되는 전두선조회로(the frontostriatal circuit, linking ventral striatum to dorsal ACC via the ventral pallidum and thalamus) 영역이 다양한 신경정신의학적 질환들에서 나타나는 apathy의 핵심적인 부위임이 제안되고 있다.10
Apathy와 연관된 신경전달물질로는 도파민, 아세틸콜린, 세로토닌 등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부프로피온이나 메틸페니데이트가 효과적이었다는 임상연구는 도파민과의 관련성을 지지해주고,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 또한 위 물질들의 연관성을 지지해 준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우울증과 구분되는 apathy를 우울증과 혼동하여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와 같은 약물을 사용할 경우 apathy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Apathy의 치료
마지막으로 apathy의 치료로 효과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다.
결론부터 이야기해서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가 드라마틱한 치료효과를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약물로 알려져 있고, 비약물적인 치료로 신체활동 치료개입, 개인별 맞춤 활동프로그램, 인지재활, 감각자극치료, 예술치료 등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12
이러한 약물-비약물요법의 “병행”은 apathy의 치료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저하의 진행을 늦춰주는 효과가 있다.
본 자료는 원왕연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으로,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