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과 우울증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이미 대부분의 인종에서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밝혀진 상태이며, 그 중에서도 소위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우는 저밀도 콜레스테롤 (low-density lipoprotein, LDL)이 이러한 사망률의 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이 여러 코호트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1].

고콜레스테롤혈증 뿐 아니라 우울증도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허혈성 심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2-4배 높으며, 이로 인한 사망률도 더 높습니다. 반대로 심근경색 후에도 우울증이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울증과 심혈관계 질환의 병태생리 사이에는 상당히 공통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콜레스테롤이 이러한 공통 병태생리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2].

하지만 놀랍게도 관련된 많은 연구들은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우울 증상과 역으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02년도에 S. Aijanseppa 등이 발표한 연구가 있습니다[3]. 이 연구는 470여명의 핀란드 노인 남성을 약 3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포함하고 있는데, 전체 대상자를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에서 주관적인 우울증상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주관적 우울증상은 그에 반비례하여 낮아졌으며, 이러한 변화는 체중 감소와 무관 했다고 연구진은 보고했습니다. 우울증은 자살의 주요 위험 인자인데, 저콜레스테롤혈증은 자살로 인한 사망 또한 증가시킵니다. T. Partonen 등은 1999년에 영국정신의학회지(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약 29,000명의 성인 남성을 5-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제일 낮은 군(193mg/dl이하)이 그 보다 높은 두 군에 비해 우울증으로 인한 입원 및 자살로 인한 사망의 빈도가 더 높았습니다[4]. 또한 콜레스테롤은 우울증의 치료효과와도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00명의 우울증환자를 같은 수의 대조군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총 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의 수치는 대조군에 비해서 낮았지만, 우울증으로 치료 받고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는 이전에 비해서 뚜렷이 증가했습니다[5].

이런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6-9]. 우선 우울증 환자에서는 콜레스테롤의 대사회전(turnover)이 증가되어 있는데, 증가된 대사회전은 신경세포의 세포막에서 세포막 구성의 필수 요소인 콜레스테롤을 결핍 시키게 되며, 결국 신경의 말단에 위치한 시냅스에 구조적인 이상이 발생합니다. 이에 대한 결과로 세로토닌 1A, 2A와 같은 우울증과 연관된 주요 신경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기게 되어 우울증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과 우울증상과의 이러한 연관성에 반대되는 결과들을 내놓은 연구들도 상당수 있었고[10, 11], 혼란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두 개의 메타분석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들 메타분석은 낮은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이 우울증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동시에 콜레스테롤과 우울증의 관계가 단순히 역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이 아닌 U자 형태의 관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습니다[12, 13]. 콜레스테롤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보여주는 상반되는 결과들도 U자 형태의 관계를 가정하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연구로 2005년부터 2008년 사사의 미국 국가 건강 및 영양 조사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를 총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세 군으로 나누었을 때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은 군과 가장 높은 군은 중간 수치를 보이는 군에 비해 우울증을 가질 가능성 (odds ratio)이 각각 5.1배와 2.3배 높았습니다[14]. 우울증과 콜레스테롤의 U자 형태의 관계는 다음과 같은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울증은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에서 더 잘 발생하지만, 이렇게 발생한 우울증은 식습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부정적인 변화를 일으켜 결국 고콜레스테롤혈증을 포함한 대사증후군이 발생하게 됩니다[15]. 결과로 뇌혈관 장애 및 허헐성 뇌 손상이 발생하면, 우울증이 더 악화될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만약 낮은 콜레스테롤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면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는 것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관련된 연구는 부족하지만 전문가들은 콜레스테롤 섭취가 우울증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것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치료는 권장되지 않고 있습니다[16].

그렇다면 반대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치료는 우울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약제가 스타틴(statins)인데, 스타틴은 HMG Co A 환원효소로서, 콜레스테롤의 전구 물질인 메발론산(mevalonate)이 HMG CoA로부터 생성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춥니다. 60명의 주요우울증 환자들을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군은 SSRI항우울제만을, 다른 한 군은 SSRI 항우울제와 atorvastatin을 함께 복용한 후 12주간 추적 관찰하였을 때 atorvastatin을 함께 복용한 군이 SSRI항우울제만을 복용한 군에 비해서 유의하게 우울증상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17]. 이 연구에 포함된 대상의 평균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160mg/dl 정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100-110mg/dl 정도로, 임상적으로 고콜레스테롤혈증에 해당하지 않는 수치임에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을 추가하였을 때 우울증의 개선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스타틴 복용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조사한 메타분석 연구의 결과에 의하면 스타틴 복용은 우울증의 발생 가능성을 32% 낮추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18].

하지만 낮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우울증의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스타틴의 사용에 있어 정신과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증례 모음(case series) 형태로 보고된 스타틴의 기분장애와 관련된 부작용을 살펴보면, 처음 스타틴을 복용하고 기분장애가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간 값(median time)은 49일, 복용 중단 후 증상이 소실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14일이었습니다. 부작용은 용량과 비례하여(dose-dependent) 나타났으며,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들은 과거 정신과적 병력이 있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스타틴의 정신과적 부작용에 대해 조사한 7개의 이중맹검 무작위 임상시험 중 두 개의 연구만이 스타틴이 위약에 비해서 유의하게 우울증상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하였습니다[19].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낮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우울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에서 지나친 콜레스테롤 섭취 제한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에 있어 임상적으로 더 흔히 문제가 되는 것은 높은 총 콜레스테롤 또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입니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의 초기 평가시에 혈액 지질검사가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되며, 환자의 치료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환자의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타틴의 우울증에 대한 영향은 이득(benefit)이 위험(risk)을 상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치료 초기 기분 증상의 발생이나 악화에 대한 관찰(monitoring)이 필요합니다.

본 자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전홍준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직접 정리한 것이며,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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