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M] 만성질환과 우울증

만성질환과 우울증 간의 관계

나이가 들면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유병률은 점차 증가한다. 나이가 들면서 우울증의 유병률이 높아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노년층에서 만성질환 유병률의 증가가 우울증 유병률 증가의 한 가지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일례로 당뇨병이나 심혈관계 합병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더 심한 우울증을 보인다는 자료는 충분히 제시되어 있다.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높은 우울 수준을 보이는 사람들이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도가 증가한다거나, 우울증 환자에서 급성심근경색증,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당뇨병, 치매 등의 질환이 더 흔히 동반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특히나 암도 최근에는 만성질환의 범주로 포함되고 있어, 암 환자에서의 우울증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 환자들이 암으로 진단되고 치료받는 과정에서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은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처음 암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병원으로부터 들을 때의 당혹감에서, 검사를 해 놓고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까지의 시간, 그리고 암이 확진되었을 때의 두려움 등은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항암치료 후 극심한 피로감 및 구역, 구토를 경험하고, 이러한 경험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겪어야 한다는 두려움, 내원할 때마다 떠오르는 고통들, 매일같이 병원을 와야 하는 방사선 치료, 폐경 증상을 유발하는 항호르몬 요법 등,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불편감 또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극심하고도 만성적인 통증들, 경제적 고민들, 가족에 대한 걱정 등 또한 암 환자가 우울증을 겪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1

특히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두경부암 등 암 환자에서의 우울증이 환자의 생존율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와 있다.2,3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우울증이 신경내분비 체계를 교란하고 면역 체계에 악영향을 미쳐 암을 악화시킨다는 의견과, 우울증이 암 치료에 대한 순응도를 떨어뜨리고 사회 적응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또한 우울증이 암 환자의 자살률을 높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하다.

 

만성질환에서 우울증 치료의 효과에 대한 연구

그렇다면 우울증을 치료하면 환자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과연 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우울증 치료가 암 환자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자료는 충분히 쌓였다고 보기 어렵다. 한때 암을 진단받고 치료하는 동안 조기에 완화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여 많은 의사들이 이 결과를 통해 희망을 느꼈고, 마찬가지로 우울증의 조기 치료 역시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4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들로 한정하면 적극적인 우울증 치료가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증거는 어느 정도 확보되었으나, 생존율 자체 향상에 대한 영향을 입증하기에는 아직 연구가 부족해 보인다.5 최근에 항우울제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암 환자의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기는 하였으나, 결과 해석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기존에 여러 만성질환에서의 우울증의 역할에 대해서는 자료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당뇨병에서는 이 분야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당뇨병에서 우울증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근거는 많으며,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환자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이 제시되었다. 심혈관계 합병증과 관련하여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심근경색증 환자의 생존율도 높인다는 근거들이 있다.

아직 암 분야에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노년기에 만성질환을 적절하게 잘 관리하는 것이 우울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이고, 반대로 우울증을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만성질환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즉, 우울증이 단순히 정신적인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신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증상이라는 뜻이며, 이러한 의학적 사실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우울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환자의 신체적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게 돕는 방법 중 하나임을 의미한다.

 

 

본 자료는 정석훈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으로,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Bogner et al. The Role of Medical Comorbidity in Outcome of Major Depression in Primary Care: The PROSPECT Study. The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005; 13: 861-868.
  2. Liang et al. Effect of depression before breast cancer diagnosis on mortality among postmenopausal women. Cancer. 2017; 123(16): 3107-3115.
  3. Barber et al. Depression and Survival in Patients With Head and Neck Cancer: A Systematic Review. JAMA Otolaryngol Head Neck Surg. 2016; 142: 284-288.
  4. Shoval et al. Adherence to antidepressant medications is associated with reduced premature mortality in patients with cancer: A nationwide cohort study. Depress Anxiety. 2019; 22. [Epub ahead of print]__
  5. Amy et al. Does depression treatment improve the survival of depressed patients with cancer? A long-term follow-up of participants in the SMaRT Oncology-2 and 3 trials. Lancet Psychiatry. 2018; 5: 32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