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에 시작하는 2형 당뇨병의 유병율은 13% 정도로 알려져 있고, 당뇨전단계는 그 2배 이상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일반인에 비해 여러가지 이유로 우울증의 유병율이 높아서 일반인구의 1.6-2.0배로 추산한다.1
당뇨병 환자에게 우울증이 함께 있는 경우 망막병증, 신경병증, 족부병변과 같은 당뇨후유증이 증가하고, 순응도가 감소한다. 우울증 증상인 anhedonia로 당뇨병 관리에 필요한 식이 조절, 운동을 적절히 하지 않게 되고, 부정적 사고와 좌절감 등으로 흡연과 음주 조절이 어렵게 된다. 이로 인해 체중, 혈당, 호르몬 저항성 등이 증가하며 이로 인해 anhedonia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관찰된다.
2형 당뇨라는 만성질환이 심리적 부담이 되는 것, 만성적으로 식이, 당, 운동 등을 타이트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장기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 신경계의 과활성화가 일어난다는 것 등이 당뇨병에서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요인으로 제시된다. 반대로 우울증 환자의 특징적 라이프스타일이 당뇨병에 이환될 위험요인이라는 것, 우울증에 의한 HPA 축의 과활동성으로 혈당 증가, 인슐린 감수성의 저하 등이 지속되어 2형 당뇨에 이환될 위험이 증가한다는 가설이 있다.
이와 같이 당뇨와 우울증은 서로 양방향성으로 영향을 미치고 발병과 유지, 또 회복에 서로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65세 이상 2830명의 당뇨병 환자를 7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경우 macrovascular complication이 더 많이 발생하고 (HR=1.37), 사망률이 당뇨병만 있는 경우에 비해 더 높았다.(HR=1.51)2 이와 같이 우울증이 발병하여 관리가 되지 않으면 사망률,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입원기간이 증가하고, 삶의 질, 자기관리능력, 치료 순응도는 낮아진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지적된다.
당뇨병은 만성질환으로 여러가지 합병증을 발생시키나, 그 중에서도 당뇨발(diabetes foot)은 신경손상, 궤양에 이어 장기적으로 족부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족부 절단은 당뇨병 환자의 삶의 질을 극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3만 6천여명의 당뇨병 환자를 11년간 추적관찰한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증상이 Hospital Anxiety and Depression Scale(HADS-D)이 8-10 사이에서는 2배, 11점 이상에서는 3배) 당뇨발 합병증 발생이 증가했다.3
발병뿐 아니라, 합병증의 심각도도 높았다. 당뇨발로 인한 궤양의 크기가 우울증이 없는 환자에 비해서 주요우울증이 있는 경우 더 컸다. (4.7±10.5 cm2 vs. 2.3±4cm2)4 더욱이 60세 이상의 2형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6개월 치료후에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우울증이 함께 있는 경우 더 높았고(RR=3.57), 12개월후에 궤양이 재발하는 비율이 59.3%로 높았다.5 당뇨발을 가진 환자 253병을 관찰한 경과 우울증이 있는 경우, 우울증이 없는 환자와 비교할 때 사망 위험도가 3배 정도 높았으며(HR=3.23), 이는 환자들의 HBA1c와는 상관관계가 없었다.4
이와 같은 우울증이 있는 경우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고, 사망률 등 예후가 나빠지는 것을 설명하는 모델은 다음과 같다.
당뇨는 운동, 식이요법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경우의 예후가 매우 다를 수 밖에 없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당뇨라는 만성질환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후 적극적 질병 관리 행동을 하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울증에 이환된 환자는 식이 조절을 잘 하지 못하고, 혈당조절에 필요한 규칙적 운동을 하지 않으며,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신경병증, 궤양 등의 병변 관리를 적절히 하지 않고, 병원 방문과 혈당 체크 등을 규칙적으로 하지 못한다.
우울증적 라이프 스타일과 부정적 인지체계는 전반적으로 당뇨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에 의한 생리적 변화와 자율신경계의 변화가 당뇨병 진행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도 유효하다. 우울증이나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의한 자율신경계 변화에 의한 심박변이도의 감소, 혈소판 기능의 저하, cytokine 활성화, HPA축의 과활성, 감염과 심혈관 질환의 증가등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다.1, 4
당뇨환자에서 우울증이 있을 때 항우울제 투여는 혈당 자체의 호전도 관찰된다. 일부 SSRI가 당뇨환자의 혈당을 저하한다는 연구가 있다.1, 6 NDRI 계열의 항우울제는 체중증가가 관련되지 않고, 당뇨병에서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흡연을 조절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긍정적 보고가 있다.7 약물치료 이외에 행동활성화요법, 적극적 운동 관리, 인지행동요법 등이 순응도를 개선시키고 자기 관리능력을 향상시킨다.1 적극적 우울증의 개선이 전반적 자기관리 능력 개선, 부정적 질병관 개선, 순응도 개선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당뇨병의 경과와 예후를 개선시킬 것임은 분명하다.
정신과 임상의는 이와 같이 우울증의 존재가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발생, 심각도에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당뇨가 있는 환자를 볼 때 우울증상을 평가한 후 치료를 제안하고, 우울증을 위한 생활개선 뿐 아니라, 당뇨와 관련한 치료 순응도, 합병증 등에 대한 자기관리 여부, 식이와 운동 등 규칙적 생활여부를 더욱 면밀히 평가하고 적절한 개입을 하는 것이 전체적인 삶의 질의 향상과 우울, 당뇨 양측 모두의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
본 자료는 하지현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으로,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