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의 보편화로 인해 청소년과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 사용 증가가 우울증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으며1,2, 진료 현장에서 이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SNS 사용과 우울증: 어떤 연관이 있는가?
2023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의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이용률이 97% 이상이고, 10대의 주당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2.6시간에 달한다고 합니다.3 SNS 사용과 우울 증상 사이에는 낮지만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11–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SNS 사용량과 우울 증상 사이의 상관계수는 약 0.11로 보고되었습니다.1 이는 단순한 사용 시간보다는 사용 방식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특히 ‘문제적 사용’, 즉 중독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SNS 사용이 우울 증상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규모 조사에서 2010년대에 청년층(18–25세)의 우울증 유병률이 뚜렷이 상승하여 2017년에는 해당 연령층의 13.2%가 지난 1년간 주요 우울 에피소드를 겪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4 흥미롭게도 이 시기는 스마트폰과 SNS가 급속히 확산된 시기와 겹치는데, 연구자들은 SNS의 보급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2 이처럼 SNS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은 특히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크게 법적 규제(정부 차원의 법령·정책)와 기업 자율 규제(SNS 플랫폼 자체의 안전장치)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SNS 연령 제한, 이용 시간 제한, 보호자 동의 연락처 요구, 나이 인증 의무화 등의 법적 규제와 알고리즘 조정, 유해 콘텐츠 노출 제한, 연령 기반 설정, 보호자 통제 기능 등의 기업에서의 자율적인 규제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6 대표적으로 이제는 소아청소년 연령대에서 SNS 신규 가입 시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는 추세입니다.7
SNS가 우울감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SNS에서는 타인의 삶의 ‘하이라이트’만이 노출되어 자신과 비교하게 됩니다. 이러한 비교는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청소년 우울의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입니다.2 둘째,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뜻하는 포모 증후군(Fear of Missing Out, FOMO)은 친구들의 SNS 활동을 실시간으로 보며 자신이 소외되었다는 불안을 느끼게 하며, 이는 스트레스와 우울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5 셋째, 사이버 괴롭힘은 SNS 시대의 심각한 문제로, 청소년에게 정서적으로 큰 상처를 입히고 우울이나 자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2 넷째, SNS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면 일상생활이 방해받고, 만족감보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집니다.2 다섯째, 수면 방해 문제도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늦은 밤까지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잠드는 습관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기분 조절 능력을 약화시켜 우울 증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1,2 반면, SNS의 긍정적 측면도 존재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친구 및 가족과 소통하며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고,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소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속감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1 일부 연구에서는 SNS가 사회적 고립감을 줄이고 사회적 안녕감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습니다.1
따라서 SNS는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정신건강 상태와 사용 방식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NS와 정신건강 문제는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청년층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이 시기는 뇌 발달과 사회성 형성 과정에서 아직 미숙한 단계로, 환경 자극에 대한 취약성이 큽니다. 또래 관계나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에 SNS에서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피드백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청소년은 SNS를 통해 인정과 소속감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쉽게 좌절하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자기조절 능력이 미숙한 이들은 하루 종일 SNS를 확인하거나 콘텐츠에 몰입하게 되며, 이로 인해 SNS 중독 수준에 이를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SNS 사용 시간이 많을수록 수면의 질 저하, 사이버 괴롭힘 피해, 신체 이미지 왜곡, 자존감 저하, 우울 증상이 증가한다고 보고되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여학생에서 더욱 뚜렷했습니다.1,2 중장년층에 비해 SNS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감정 기복에 민감한 청소년기 특성상, SNS의 영향력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SNS와 우울증의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환자 평가와 교육에 이를 반영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진료 현장에서 임상의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주요 팁입니다.
- SNS 사용 습관에 대한 문진: 청소년 환자가 어떤 SNS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는지,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SNS 사용 후 기분 변화는 어떤지 등을 질문합니다. 사이버 괴롭힘, 유해 콘텐츠 노출 여부도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 공감적이고 비판단적인 면담 태도: 청소년이 자신의 SNS 사용에 대해 솔직히 말할 수 있도록 비판 없는 태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나친 훈계보다는 "요즘 너희 또래는 어떤 SNS를 많이 쓰니?"와 같이 개방적인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 우울 증상과 SNS 사용 양상의 연결 고리 파악: 이미 우울증으로 진단된 환자라면 SNS 활용 방식도 함께 분석합니다. 기분 변화와 SNS 사용 시간 간의 관계, 자기비교 성향 등을 확인합니다.
- SNS 사용 시간 제한 및 규칙 설정: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 제한 기능, 자기 전 사용 자제, 가족과 함께 정한 미디어 사용 규칙 등이 도움이 됩니다. 한 연구에서는 SNS 사용을 하루 30분으로 제한한 집단에서 우울감과 고독감이 3주 만에 유의하게 감소하였습니다.5
- 건강한 SNS 활용법 안내: SNS 콘텐츠 중 자기비교를 유발하는 계정은 언팔로우하고, 긍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계정을 선별적으로 팔로우하도록 지도합니다. ‘좋아요’ 수 숨기기, 사용 시간 알림 등의 플랫폼 기능도 소개합니다.
- 수면 위생 강조: 스마트폰은 취침 1시간 전부터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밤에는 거실 등 공용 공간에 두는 것을 권합니다. 전통적인 자명종 시계를 사용하는 것도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 부모 및 보호자 교육: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점검하고, 자녀와 함께 실천 가능한 미디어 규칙을 정하도록 합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전자기기 미사용", "밤 10시 이후에는 가족 충전함에 스마트폰 보관" 등의 규칙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 필요 시 정신건강 치료 연계: SNS 사용 문제가 심각하거나 우울 증상이 중등도 이상일 경우 인지행동치료, 동기 강화 상담 등을 연계합니다. 환자가 스스로 통제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SNS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소통 수단이자 청소년 삶의 일부입니다. 무조건적인 제한보다는 올바른 사용법을 지도하고, 정서적 자각과 자기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진료 현장에서 SNS 사용에 대한 개입은 청소년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문수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으로,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