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여러 기관과 시스템에는 다양한 세균들이 존재합니다. 이를 정상 상재균(normal flora)이라고 부르며, 건강한 상태에서는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신체활동에 도움을 줍니다.1,2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장내세균으로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spp.)와 비피더스균(Bifidobacterium spp.)이 있습니다.3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microbe와 biome의 합성어로 인체의 모든 미생물과 각각의 유전 물질을 의미하며, 미생물총(microbiota)은 위장관이나 피부와 같은 특정 위치에 있는 모든 미생물로 정의됩니다.4.5
장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들은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와 지속적으로 양방향 소통을 이루게 되는데, 이를 장-뇌축(gut-brain axis)이라고 부릅니다.6 이 축의 기전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나, 몇몇 연구들은 미생물 군집이 도파민(dopamine), 글루타메이트(glutamate), GABA(γ-aminobutyric acid), 세로토닌(serotonin)과 같은 다양한 주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들을 만들고 조절한다는 것을 시사하였습니다.7,8장내 미생물 군집은 면역계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므로 장은 뇌기능과 면역기능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뇌에서 감정 및 인지 기능을 관할하는 부위도 장의 여러 부분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장-뇌 양방향으로 신호가 전달됩니다.7
장내 미생물 군집은 세로토닌의 전구체(precursor)인 트립토판(tryptophan)의 대사과정에 관여함으로써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미칩니다.7,9장내 미생물 군집이 변화하거나 손상된 경우 체내 세로토닌 수치가 감소할 수 있으며, 세로토닌 감소는 우울 및 불안 등의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는 체내 세로토닌 수치를 높임으로써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9장내 미생물 군집을 잘 유지시키면 세로토닌 수치를 정상화하는데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7
정신질환 및 정신건강과 장-뇌축의 관련성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Barandouzi ZA, et al. Front Psychiatry. 2020;11:541.)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구성이 건강한 사람들의 것과는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우울증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에서 유익한 균주인 Bifidobacterium과 Lactobacillus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가 우울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이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가 장내 염증을 악화시키고 결국은 우울증의 발생과 진행으로 이어지는 기전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는 세로토닌 분비에도 영향을 미쳐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심리적 스트레스 및 뇌 기능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다양한 스트레스성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10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는 불안 증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일부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의 특정 대사산물이 뇌에 직접 영향을 미쳐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11 한편,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와 조현병 발생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도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건강한 사람들보다 다양성이 떨어지고, 특정 군집의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가 조현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정 군집의 수준이 조현병 발생의 예측 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12그러나 아직까지 조현병과 장내 미생물 군집 간의 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12,13
대사 증후군은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포함한 대사 이상의 복합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대사 증후군과 장내 미생물 군집의 구성 간에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에서는 평균적으로 Firmicutes의 수가 증가하고, Bacteroidetes의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균주들은 에너지 대사 및 염증에 관련된 작용을 수행하며, 이들 균주들의 비정상적인 증가나 감소는 비만 등 대사 이상의 발생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는 인슐린 감수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은 비만과도 관련성이 있으며, 특정 균주의 증식이 나타나면 비만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장-뇌축의 상호작용은 또한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의 분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렙틴은 포만감을 유발하고, 그렐린은 식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데, 장-뇌의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않으면 이 호르몬들의 분비조절에 영향을 미쳐 비만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14
따라서, 비만과 대사증후군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는 장 건강 관리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식습관과 건강한 장내 미생물 군집 유지, 충분한 운동 등이 비만 예방과 관련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위와 같이, 장-뇌축과 정신질환 및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을 간략하게 소개하였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장-뇌축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기대됩니다.
본 자료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왕연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으로,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