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 ADHD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의 핵심적인 개념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여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형태를 ‘지속형 성인 ADHD (persistent adult ADHD)’라고 하고, 소아청소년기에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성인기에 증상을 보이는 형태를 ‘유증상형 성인 ADHD (symptomatic adult ADHD)’라고 구분하여 그 유병률을 계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 성인 ADHD의 2020년 전 세계 유병률을 추정했을 때 지속형 성인 ADHD는 2.58%, 유증상형 성인 ADHD는 6.76%로 높게 나타났습니다.1
점차 성인 ADHD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미국에서의 DSM 진단 편람에서도 변화가 반영이 되었습니다. 이전 판들에서는 기능장해가 나타나는 연령을 7세 전으로 제한하였던 것에 비해 DSM-5는 기능장해와 관계없이 12세 전에 몇 가지 증상만 보이면 된다고 함으로써 기능장해가 성인기에 시작이 되더라도 ADHD로 진단이 가능하도록 좀 더 유연하게 변화되었습니다.2
국내에서도 성인 ADHD에 대한 진료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3월 2일, 국민건강보험에서는 건강보험 진료 데이터를 활용하여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질병코드 F90.0)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7년 53,056명에서 2021년 102,322명으로 49,266명 (92.9%)이 증가하였고, 연평균 증가율은 17.8%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2가지인데 그 첫 번째는 성인 환자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2017년에는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인 56.9%가 10대였으며 9세 이하의 인원까지 더하면 소아청소년 환자 점유율이 84.5%에 달했으나, 5년 만에 소아청소년 환자 점유율이 19.4% 감소하였습니다. 반면 성인 환자가 증가하여, 성인 환자 점유율이 15.5%에서 34.9%로 급증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여성 환자 수의 증가율이 컸습니다. 2017년과 2021년의 수치를 비교하면, 20대 여성 환자는 1,572명에서 9,816명으로 6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30대에서도 남성 환자는 1,055명에서 5,542명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여성 환자는 439명에서 4,072명으로 9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3 이를 종합하면 성인, 특히 여성에서의 ADHD의 진료가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ADHD라는 것이 전염성 질환이 아닌 신경생물학적인 병태 생리를 갖고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ADHD의 발병률이 갑자기 증가한 것이 아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최근 진단과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비로소 질환이 발견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만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면 성인 ADHD에 대한 진료 역량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인 ADHD를 진단하면서 겪게 되는 많은 어려움들 중의 하나는 성인 ADHD의 증상들이 성인 ADHD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증상들보다는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인 증상들이 많다는 점입니다.4 따라서 처음부터 성인 ADHD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진단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놓치기 쉽습니다. 또한, 성인 ADHD에서는 동반질환이 있는 비율이 높습니다. 성인 ADHD 환자의 경우, 약 85%는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고 있습니다.5 따라서 성인 ADHD에서 동반질환의 존재는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여기엔 기분장애, 불안장애, 물질 의존 등이 포함됩니다.6,7 이러한 동반질환에 가려져서 기저질환인 성인 ADHD를 발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7 물론 동반질환이 많다고 해서 성인 ADHD에서의 감별진단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 ADHD 환자는 집중력, 주의력, 단기 기억력에 어려움을 호소합니다.4 성인 ADHD와 증상이 겹칠 수 있는 가장 흔한 정신과 질환으로는 기분 장애, 불안 장애, 약물 사용 장애, 반사회적 인격 장애, 경계성 인격 장애, 발달 장애 또는 정신 지체, 특정 의학적 질환 등이 있습니다.4,7
주요 우울 장애 환자는 부주의한 증상을 보이고 쉽게 화를 낼 수 있지만, 최소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을 경험하거나 대부분의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을 잃고 피로, 에너지 상실, 식욕 장애를 호소합니다.4,7
불안 장애 환자는 안절부절 못하거나 부주의한 행동과 같은 과잉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두려움과 걱정, 불안의 신체적 증상을 동반합니다.4,7
약물 남용 장애의 경우, 주의 집중력에서의 어려움은 약물 중독 및 생리적 의존성이 있는 경우 금단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4
반사회적 인격 장애 환자는 거짓말, 속임수, 도둑질,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등의 지속적인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서 ADHD와 다릅니다. 또한 더 심각한 법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경계성 인격 장애와 ADHD의 증상에는 충동성, 정서 불안정, 분노 폭발 등의 유사점이 있지만, ADHD에서의 충동성과 분노는 대개 무분별하고 일시적인 반면,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의 증상은 보다 목표 지향적이고 지속적입니다.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와는 달리 ADHD 환자는 심한 갈등 관계, 자살 충동, 자해, 정체성 장애 또는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지는 않습니다.4
발달 장애 또는 정신 지체가 있는 성인도 ADHD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일부 증상을 보일 수 있지만 성인기에 초기 상담을 위해 내원하는 경우는 드물며, 심리 검사를 통해 심각한 신경 인지 결함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4
성인 ADHD처럼 나타날 수 있는 의학적 질환으로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뇌전증, 납 독성, 청력 결핍, 간 질환, 수면 무호흡증, 약물 상호작용, 두부 손상 등이 있습니다.4
특히 조울병(양극성 장애)의 경우에는 ADHD와 증상이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ADHD는 신경 발달 장애로 만성적인 반면에 조울병은 기분 삽화의 구분이 가능하므로 이론적으로는 구분이 용이해야 하지만,8 질환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부분적으로만 관해된 환자들을 접하는 임상 현장에서는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18개 국가에서 646,766명의 ADHD 또는 조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71건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Schiweck C, et al. Neurosci Biobehav Rev. 2021;124:100-123.), 이 두 질환은 서로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성인 ADHD 환자 13명 중의 1명은 조울병으로 진단을 받았고, 또 역으로 성인 조울병 환자 6명 중의 1명은 성인 ADHD를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ADHD가 있는 조울병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조울병 환자들보다 조울병의 발병 연령이 약 4년 정도 더 빨랐습니다. 이처럼 조울병과 ADHD는 서로 높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가지 질환들은 일부 증상들이 유사하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질환의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두 질환 중 하나가 있는 성인에서는 다른 질환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서 통상적으로 주의 깊게 조사를 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조울병 환자에서 치료 반응이 불충분하거나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거나 발병 연령이 상당히 빠른 경우, 이는 성인 ADHD의 공존 가능성을 높이는 적신호로 보고 주의 깊게 진단을 해야 합니다.8
성인 ADHD가 실제 임상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것을 객관적인 통계 데이터를 통해 보여드렸고, 감별진단을 위해서 고려하여야 할 점들을 위와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성인 ADHD는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다른 공존 질환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그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두면 좀 더 좋은 치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자료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문수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으로,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