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M]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의 이해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의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5%인 312만 9천 가구에 이르며, 그 중 개를 기르는 가구의 비율은 11.6%,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의 비율은 3.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1 한편 서울특별시가 발표한 2021년 기준 도시정책지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가구의 19.6%가 반려동물과 살고 있으며, 그중 14.7%가 1인 가구, 21.3%가 2인 가구였습니다. 따라서 자녀 없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서울 가구의 약 36%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2

  현대사회에서는 점점 가족의 구성원 수가 줄어들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혼자 사는 노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혼으로 혼자만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이 인간의 삶에서 갖는 의미가 커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그들의 삶 안에서 매우 중요한 애착과 심리적 안정의 존재로 기능합니다.3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자신의 삶 안에 그 동물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반려동물의 수명이 사람의 수명에 비해 짧기에, 그 반려동물의 죽음을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상실의 경험은 이미 예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살면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생애에 여러 번 반복적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반려동물의 사망은 가족, 지인을 포함한 사람의 죽음에 비해 과소평가 되어왔고, 그 슬픔을 표현하고 애도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경향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이 아닌, 인간의 소유물로 판단하는 전통적 경향이 있는 사회에서는 반려동물을 잃고 난 다음에 갖는 슬픔을 표현할 자유를 박탈당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진료실에서는 “제가 키우는 멍멍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라고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그 표현의 의미를 몰라 당황하기 쉽습니다. 무지개다리(rainbow bridge)란, 외국의 한 시에 등장하는 비유적 표현입니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고, 그곳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재회하기를 기다린다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표현입니다.4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함께 사는 인간의 연령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7세 미만(만 6세 미만)의 어린이는 아직 죽음에 대한 실제적 이해를 하지 못하는 인지적 발달 단계에 있습니다. 이 시기의 어린이는 반려동물과의 영원한 헤어짐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시 그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혹은 자신이 잘못해서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것이라는 인과론적 죄책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5

  노년기에는 이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노년기에서 상실은 일상적입니다. 그들은 살아오면서 이미 친구나 가족 구성원, 혹은 배우자의 상실을 이미 경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의 죽음은 다른 면에서 노인에게 큰 심리적 영향을 미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것은 노년기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감소시키는데 큰 도움을 줬고, 활동성을 보장하고, 돌봄을 받는 존재가 아닌 돌보는 존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자존감 유지의 기능을 합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노인에게 헤어짐과 상실을 더욱 강렬히 맞닥뜨리게 할 뿐 아니라, 삶의 활력과 기능성을 떨어뜨리고, 활동성의 저하를 가져오며, 외로움과 우울감을 강화합니다. 더 나아가 이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하려고 할 때, 자신보다 그 동물이 더 오래 살 가능성이 있어 동물을 더 이상 키우지 못하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6 이는 그 사람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에게는 슬픔, 우울, 죄의식, 분노, 불안, 외로움, 불면 등과 같은 적응장애나 일반적 애도 반응에 준하는 증상이 발생합니다.

반려동물의 상실에 대한 19개의 문헌을 다룬 체계적 문헌고찰(Cleary M, et al. Death Stud. 2022;46(9):2167-2178.)에 따르면, 인간은 반려동물을 상실했을 때에도 인간을 상실했을 때와 같은 형태의 애도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7

  반려동물을 기를 때는 인간-동물 간의 강한 심리적 결합뿐만 아니라 인간과 반려동물 사이에 부모-자식의 관계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동물의 짧은 수명으로 인해 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반복적으로 헤어짐과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더욱이 사람은 동물의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기에, 반려동물이 중증질환에 걸렸거나 수명이 다했을 때 사람은 펫로스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죽음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합리적인 결정이라 해도 사람에게 죄의식과 미안함을 일으킵니다.7

  펫로스 이후에, 오랫동안 지켜진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것도 흔히 관찰됩니다. 개를 산책시키고 운동을 시키는 것, 아침에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놀아주는 것과 같은 습관이 사라지면서, 사람의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때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주변의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경우, 자신의 상실과 애도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고 타인으로부터 공감을 얻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상실과 애도로 인한 우울, 죄책감이 장기화되거나 시간이 지난 후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문제로 진료실을 찾아온 환자를 대할 때, 비록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없는 임상의라 할지라도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상실감이 인간과 헤어졌을 때와 동일할 것이라는 것, 더욱이 이것이 반복적일 수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상의는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게 하고, 환자의 말을 공감하는 마음으로 경청하고 펫로스로 인한 우울, 죄책감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의 사망이 자신의 실수, 혹은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수용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임상의는 환자가 반려동물과 함께한 기억들 중 좋은 것들을 떠올리도록 돕고, 그 정도로 슬픈 마음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지지적 표현을 하는 것도 환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또한 펫로스로 인하여, 필요하다면 일정 기간 일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일상생활의 기능수준이 현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수긍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

본 자료는 건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가 직접 작성한 기고문으로, 한국룬드벡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보도자료). 2021.09.27.
  2. 서울특별시. 2021년 기준 도시정책지표조사 결과보고서-Part 3. 제1절.5. 반려동물 보유 현황. 2021.12.
  3. Gee NR, et al. Dogs Supporting Human Health and Well-Being: A Biopsychosocial Approach. Front Vet Sci. 2021;8:630465.
  4. DailyPaws. Home>Living With Pets>Pet & Owner Relationship>Dealing with Grief.  Available at: https://www.dailypaws.com/living-with-pets/pet-owner-relationship/grief/the-rainbow-bridge-poem. Accessed on 26Apr2023
  5.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Home>Families/Youth>Facts for Families>Death of Pets: Talking to Children. Available at: https://www.aacap.org/AACAP/Families_and_Youth/Facts_for_Families/FFF-Guide/When-A-Pet-Dies-078.aspx. Accessed on 26Apr2023
  6. Carmack BJ. Pet loss and the elderly. Holist Nurs Pract. 1991;5(2):80-87.
  7. Cleary M, West S, Thapa DK, Westman M, Vesk K, Kornhaber R. Grieving the loss of a pet: A qualitative systematic review. Death Stud. 2022;46(9):2167-2178.